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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타인의 면면을 얼마나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가? 그 능력을 설문의 형태로 1에서 10까지 수치화 해보자. 1을 최소치로 설정하여 ‘그러하지 못하다.’라고 라벨링하고, 5를 ‘때때로 그러하다’로 표기한다. 남은 10을 최대치로 두어 ‘사람 속 알기를 귀신 같이 한다’, 라고 세분화된 구분값을 나눌 수 있다.
이러한 기준표를 바탕으로 기죠 아리히코라는 청소년의 ‘타인을 가늠하는 실력’을 어림잡는다. 평소의 행실과 주변의 평가로 산정하건데, 약 6에서 8사이의 범위값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제 일부는 반문할 것이다. 어중간한 범위성 점수 매기기는 대체 무엇이냐고 말이다.
모호한 기준만큼이나 답 또한 모호하기 짝이 없다. 대다수의 타인이 대략 7 정도라면, 어떤 개인에 한해서는 그들의 양육자가 그러하듯 8의 통찰력과 이해를 보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개인에게는 눈을 가린 채 상대의 얼굴을 더듬는 것처럼 간신히 6만큼만의 이해를 보이게 된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이제 그 6에 해당하는 그룹 속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기죠 아리히코에게 있어 이 6범위에 해당하는 해당하는 인물들은 때때로 그에게 제법 난이도 높게 다가오고는 했다. 때때로 남녀불문, 나이불문으로.
이는 밉거나 싫다와는 결이 다른 범주에 속한 감각과 감정으로, 스스로의 힘으로만은 온전히 뜯어보기 어려운 대상에 대한 불건전한 호기심과도 맞닿아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번의 화제 인물, 도이자키 엔마는 얼추 6에 속하는 동급생이었다.
6, 아니 어쩌면 5와 7의 범주에 속하는 어느 알 수 없는 미지의 범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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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자키가 6의 카테고리에 속하게 된 이유는 실로 단순하다. 언젠가의 가능성을 논하면 난 '그럴 수도 있다'는 적당한 대답 밖에 못 줘. 대체로 기죠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이 방금과 같은 스탠스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실제로 뱉은 그대로의 사고회로를 지니고 있건, 아니면 어떠한 개인적인 사유에 의한 면피성의 반응이건 기죠로 하여금 도이자키를 타협적이며 어딘가 실속이 없는 성향을 지닌 인물이라 여기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실상이 어떠하던 사람은 타인이 외부로 보이는 태도로만 남을 평가할 단서를 잡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기죠는 매사 밍숭맹숭한 태도로 일관하는 그의 얼굴에서 기죠는 제 혈육에게서 비롯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도이자키, 그가 정말 어떤 인물인지는 고작 몇 마디의 대화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기시감을 더듬다 보면 상대의 경향성을 알기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사자를 이해하지는 못 하는데, 그의 행동은 예상할 수 있다니. 이해와 불이해 사이에 놓인 가느다란 선 위에 선 기분이었다.
따라서 도이자키의 점수는 5이면서 때로는 7이다. 평균은 6이었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그 미지근한 태도와 줏대가 없는 발언뿐일텐데, 그 편린과도 같은 조각 때문에 기죠는 때때로 도이자키의 태도에서 제 큰 누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했다. 유아사 경제부에 소속된 그녀는 도통 부정을 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제 아버지의 이면을 목격한 그녀는 피해자를 언급하며 제 부모를 지탄하는 막내를 큰 동요 없이 타일렀다.
‘아리히코, 때때로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회는 모두 비슷하게 돌아가.’ ‘누나, 하지만…’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깊지 않니?’ 기죠 가의 첫째는 그 길로 별 다른 악의 없이 제 아버지의 행보를 따랐다. 그녀는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했고, 근래의 결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터였다.
사람은 저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자신의 중심에 둔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신념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피상적이거나 소시민적인 가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깨닫지 못해, 중심에 아무것도 두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 찾아낸 것이 아닌… 사회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규정한 세속적이고 때로는 타인의 마음에 상흔을 남기는 목표를 중심에 둔다. 아무것도 자신 안에 두지 못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낫다고 여기면서.
이는 기죠가 지켜봐온,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제 가족들이었다.
그렇기에 도이자키에게서 너무나도 익숙한 면면을 발견할 때마다 기죠는 종종 수확이 없을 입 아픈 질문을 던지고는 했다. 답을 얻고 싶었다. 그는 자신을 실망시킬 사람인가, 아닌가. 괴도단이 생각치도 못한 난관에 처했을 때, 가늠과 예측이 가능하게 행동할 인물인가? 그와 그녀는 어떠한 동기로 움직이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가? 타인을 돌아볼 수 있는 일말의 온정을 당신들은…
길고 긴 이유였으나 결론은 단순했다. 기죠는 단 한 번도 열정을 담아 ‘어떠한 사람으로 살아가겠다’ 일말의 실마리도 내비치지 않는 또래가 다분히 거슬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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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 안 해? 일순의 자연스럽지 못한 상대의 침묵이 지나가자 언제나의 목소리가 리포터를 재촉한다. 밖에서 안을 살피기 힘든 고글 너머의 눈동자가 동행인을 흘겨본다. 눈이 마주쳤건, 마주치지 않았건 가벨은 신경조차 쓰지 않을 터였지만. 그럼에도 리포터는 괜히 핀잔을 던졌다. 남에게 많은 것을 멋대로 맡기고 있지 않나요? 쾌활한 목소리가 받아 친다.
먼저 시비가 걸린 섀도가 두 사람을 인지했다. 제법 공격적인 개체는 행동을 기다려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인지 세계라고는 하나 제대로 운동부에 소속되어 본적 없는 인물에게 근접전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리포터는 본능적인 감으로 가벨의 팔을 잡아 끌어 역사의 높은 곳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착지를 할 때 제법 굽이 단단한 워커가 타인의 발을 거침없이 밟은 듯도 하였으나… 금일은 메멘토스 청소에만 집중하는 바, 자체적으로 동료의 민원은 가뿐히 무시하기로 결정한다.
“리포터, 영 힘을 못쓰는데…”
“오면서 말했잖아요? 고전하던 녀석이라고. 저는 쉬운 개체들에게 그런 표현 안 써요.”
고지대로 올라가 거리를 벌렸으나 설욕전을 위해 애써 찾아낸 섀도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빙결 속성의 공격이 두 소년을 향해 가시를 뻗는다. 가벨의 보조가 장갑 너머로 전해시는 냉기를 견딜 수 있게 만들었으나 일시적일 뿐. 성질머리가 불 같기로는 둘도 없는 리포터는 상성이 좋지 않은 섀도의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제 페르소나를 외쳤다.
"야마ㅡ!"
이제는 그 무척이나 익숙한 자신의 ‘면모’가 지하철의 섀도 몇 체와 마주한다. 타인의 페르소나가 자신에게 힘을 불어넣으면, 이내 호승심이 그 움직임에 깃들었다.
“실력을 보여주세요…!”
푸른 불꽃이 튄다. 인지 세계의 반응이 오감을 자극한다. 이게 되네? 화염이 제 고글을 비추면 리포터는 제 리볼버를 꺼내 든다. 여유가 생기면 이내 다시 한 번 시선을 동행인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무언가 희한한 질문을 던지고 싶을 때 타인의 반응을 재어보듯 도르륵 두 눈이 굴러가고는 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눈이 마주쳤다. 대화 하나 없었으나 어째 ‘제대로 집중 안 해?’ 따위의 문장이 선명하게 읽혔다.
방금 전, 발을 밟은 것이 그제서야 약간은 마음에 걸리는지 리포터는 영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명중에 힘을 실어달라’고 뻔뻔한 요구를 던졌다. 다행히도 가벨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만은 인색하지 않았고…
탕, 탕ㅡ!
깔끔하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섀도 두 개체의 다운! 마법 공격에 재주를 보이던 이가 구태여 물리 공격으로 마무리를 짓고 싶어하는 변덕은 도당최 알 수 없는 영역이었지만 결과가 좋으면 그만이다.
시커먼 우비의 소매로 대충 무기와 몸을 턴 리포터는 결국 의문의 영역으로만 남겨두던 질문을 그제서야 꺼내 던졌다.
“그러고보니 가벨, 그쪽의 페르소나와는 거리두기를 하시나요? 한 번도 이름 부르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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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 도이자키가 세간의 기준으로 악한 행동을 한 적은 없다. 적어도 기죠가 그를 알아온 짧은 기간은 그러했다. 애매한 태도만으로 타인을 힐난하고 기회주의자라 손가락질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더더군다나 거슬리는 것은 거슬리는 것일 뿐, 자신의 의지와 바램 하나로는 타인을 바꿀 수 없다. 누구 하나의 신경을 거슬린다 하여 타인이 그에 맞춰 면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 법이기에.
결국 대다수의 사회인은 자신이 파악할 수 없는 얼굴을 다수 지닌 이를 이해하고 참견하길 택하는 대신, 거리를 두는 방법을 선택한다. 5를 6으로 끌어올리기보다는 5라는 값을 미지라는 무한대의 무한소로 취급을 하기 마련이다.
사회물에 젖어 들어간 28세의 기죠 아리히코 또한 마찬가지일 터였다. ‘저런 사람이 다 있네, 언제 한 번 경제사회면에서 이름을 보려나.’ 그 정도의 감상이 끝. 그러나 때는 현재, 10년 후가 아닌 지금. 인생의 타이밍이란 참으로 기가 막혀서 기죠는 28세가 아닌 18세의 청소년기에 도이자키와, 제 가족들과 마주했다. 그러하기에 그 미묘한 난이도를 외면하지 않고 계속해서 집요하게 물어가고 알아가며, 언젠가 변화할 수 있음을 믿는다. 5에서 6으로, 7로.
당신은 어떠한 인물인가? 어떠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갈피를 알 수 없는 그대의 마음에도 바른 삶을 향한 일말의 열망은 존재하는가, 그것이 때때로 사회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일지라도… …
“왜 그렇게 보세요? 정말로 기억에 없어서 그래요, 이번에도 그렇고.”
흐트러진 스타일이 영 신경 쓰이는지 깔끔하게 머리까지 올려 정리하며 리포터가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섀도에게 제대로 타격을 입어도 입만 살아 움직일 사람 다웠다.
“처음 ‘대면’했을 때 어디 악담이라도 들으셨나요? 아니면 아직까지 낯이라도 가리시는 건가요?”
‘뭐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라도 있으신가?’하고 호기심을 내비치면 가벨은 이 사람이 제법 성실하게 자신을 관찰해 왔음을 깨닫을지도 모른다.
무기를 깔끔하게 갈무리한 리포터는 그제서야 제가 세 개체의 섀도 중 하나를 제대로 눕히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무슨 바램이 불었는지 자연스럽게 가벨을 돌아보며 고개짓했다.